그림을 일정 기간 이상 그리다 보면 누구나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SNS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작가들, 단번에 누구의 그림인지 알아볼 수 있는 개성 있는 화풍은 많은 드로잉 입문자와 중급자들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타일은 단순히 ‘예쁘고 독특한 그림’이 아닙니다. 본인의 감각, 성향, 기술, 표현 목적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시각 언어입니다. 이 글에서는 나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3단계 전략을 소개합니다. 단순한 모작이나 스타일 따라 하기를 넘어, 진짜 나다운 화풍을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접근법을 안내합니다.
1. 시각적 취향을 언어화하라 –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왜 좋은가?
- 레퍼런스 아카이브 만들기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아트스테이션 등을 활용해 좋아하는 그림을 수집하고 정리하세요. 수량보다 중요한 건 정리 방식입니다. ‘선이 매끄럽다’, ‘색이 부드럽다’, ‘구도가 안정적이다’처럼 시각적 요소를 키워드로 분류해보세요. - 좋아하는 작가 5명을 비교 분석하기
각 작가의 스타일에서 반복되는 특징을 찾고, 자신이 왜 그 부분에 끌리는지를 기록해보세요. 예: "A작가 – 둥근 눈 + 흐릿한 명암", "B작가 – 단단한 외곽선 + 높은 채도". - 싫어하는 스타일도 기록하기
무엇을 좋아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스타일이 불편하고 어울리지 않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호하는 스타일과 거리두기를 통해 나의 취향의 외곽을 명확히 잡을 수 있습니다. - 스타일 분석 시트 만들기
구도 / 선 / 채색 / 명암 / 표정 / 배경 / 해상도 등 항목별로 분석 시트를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시각적으로 도식화해보세요. 이 과정은 자신의 시각적 DNA를 언어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 시각적 취향에 이름 붙이기
예: ‘따뜻한 일상풍’, ‘하이틴 명암극’, ‘느슨한 선의 감정풍’ 등. 이름을 붙이면 추상적인 감정이 아닌, 명확한 목표로 스타일 실험이 쉬워집니다.
2. 스타일 실험 구조화 – 감각을 연습하는 것이 아닌, 방향을 설계하라
- 하나의 콘셉트, 세 가지 스타일로 그리기
예: 같은 장면(비 오는 골목)을 ‘애니풍 / 수채풍 / 무채색 감성풍’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반복하세요. 비교는 스타일의 차이를 체득하게 만들고, 가장 자신 있는 표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법별 분할 실습 루틴 만들기
선 중심 표현, 면 중심 표현, 라인리스 표현, 색감 중심 구성 등 기술 요소별로 나누어 매일 1시간씩 실습해보세요. 실험을 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표현법이 걸러집니다. - 모작보다 ‘리디자인’에 집중하라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스타일을 내 캐릭터, 내 배경, 내 감성에 맞춰 재구성해보세요. 스타일은 따라 하기로 생기지 않습니다. 변형과 편집이 반복될 때 비로소 자기 것이 됩니다. - 브러시 실험 노트 만들기
스타일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브러시입니다. 같은 그림도 브러시만 바꿔 그리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납니다. 매주 브러시 세팅을 다르게 적용하고 결과를 기록해보세요. -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나다운 그림’을 목표로 하라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그림보다, 감정이 실리고 스토리가 담긴 그림이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합니다. 감정 기반 드로잉 루틴을 통해 감각 중심 표현력을 길러보세요.
3. 스타일을 정착시키는 루틴 만들기 – 나의 언어로 그림을 말하기
- 감정, 색감, 구도를 일관되게 가져가라
스타일은 반복에서 생깁니다. 작품마다 색이 다르고 분위기가 갈팡질팡하면 정체성이 잡히지 않습니다. 특히 색의 온도(따뜻/차가움), 감정의 밀도(쨍함/차분함), 구도의 배치(단순/복잡함)를 정해두면 일관된 스타일이 보입니다. - 10작품 시리즈 완성 목표 세우기
하나의 키워드(예: '고독', '기다림', '밤의 대화')를 주제로 잡고 10개의 일러스트를 같은 톤으로 완성해보세요. 시리즈가 쌓이면 내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구축됩니다. - SNS, 커뮤니티 반응 피드백 활용하기
팔로워 수나 좋아요보다, 어떤 그림에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를 분석하세요. “이 스타일이 그린 사람과 닮았다”, “감정이 보인다”는 피드백이 늘어날수록 스타일이 자리 잡힌 것입니다. - ‘그림 자기소개서’ 작성해보기
나는 어떤 감정의 그림을 그리는가? 어떤 브러시를 쓰고 어떤 명암을 좋아하는가? 그림으로 말하는 작가로 성장하려면 자기 스타일을 글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작업 루틴 고정하기
브러시 세팅, 캔버스 비율, 사용 색상표 등을 고정하면 스타일이 명확해집니다. 루틴은 창작자의 감각을 안정시키고, 그림에 익숙한 흐름을 부여합니다.
나만의 그림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성공과 피드백의 반복 속에서 점점 선명해지는 것입니다. 스타일은 ‘찾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입니다. 지금 그리는 한 장 한 장이 모두 스타일로 이어지는 벽돌이 됩니다. 비교보다 기록에 집중하세요. 모작보다 변형에 집중하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의 그림은 당신의 목소리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