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올리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력을 올리는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 나의 수준’에 맞지 않는 연습을 반복하면, 발전 없이 좌절감만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림은 체계적인 단계 훈련이 필요하며, 입문자·중급자·고급자에 따라 훈련 방식이 달라야 실질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력별로 어떤 연습이 가장 효과적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각 단계별 목표와 루틴 설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드로잉 성장을 지원합니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수록 ‘수준에 맞는 연습’이 필수입니다.
입문자 – 기초 근육을 다지는 반복 훈련 중심 루틴
입문자 단계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보다 먼저, 손의 감각을 익히고 도형을 자유롭게 그리는 기본기를 먼저 다져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양보다 질’이 아니라 ‘양이 곧 질’이 됩니다. 많이 보고, 많이 그리고, 단순한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실력 상승의 핵심입니다.
첫 번째 연습 포인트는 기본 도형 훈련입니다. 원, 사각형, 삼각형, 구, 원기둥, 정육면체 등을 매일 반복해서 그려보세요. 단순해 보이지만, 형태의 왜곡 없이 정확하게 도형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은 인체와 배경을 그리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반이 됩니다. 선이 틀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반복하면서 손에 구조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직선과 곡선 드로잉 훈련입니다. 선이 삐뚤빼뚤해지거나 떨리는 경우, 화면의 수평·수직·곡선을 반복해서 그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클립스튜디오, 포토샵 등의 디지털 툴에서는 브러시를 너무 작게 설정하거나 손 떨림 보정이 꺼져 있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도구 설정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입문자는 브러시 사이즈를 일정하게 설정하고, 직선 드로잉만 10분씩 연습하는 루틴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는 모작(모사) 훈련입니다. 사진이나 그림을 관찰하고 따라 그리는 모작은 형태를 이해하고 관찰력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비례와 위치, 선의 흐름, 명암의 구조를 파악하며 따라 그리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모작하면서 ‘왜 이 작가는 이렇게 처리했을까?’를 질문하면서 진행하면 관찰력이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네 번째는 하루 한 장 완성 그림 그리기입니다. 크로키, 간단한 캐릭터, 도형 콤비네이션 등 어떤 주제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그림’을 매일 최소 한 장 남기는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림 실력은 완성작을 쌓는 양에 비례해 증가합니다. 처음에는 만족스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퀄리티보다 리듬을 만드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칭찬 노트 만들기입니다. 하루 그림에서 마음에 들었던 선, 비례, 색 등을 한 줄씩 적어보는 습관은 성취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입문자 시기에는 스스로 잘하고 있는 부분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은 눈의 크기를 잘 맞췄음”처럼 구체적인 칭찬을 기록해보세요.
입문자는 '어떻게 그리는지'보다 '자신 있게 손을 움직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두려움 없이, 실수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많이 그리고, 많이 틀려보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것이 진짜 실력의 시작입니다.
중급자 – 실전 중심 표현력과 응용력 확장 루틴
입문 단계를 지나 기본 도형과 선 감각에 익숙해진 중급자는, 이제 표현력과 응용력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능력’을 넘어서, ‘자신의 스타일과 구조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첫 번째 훈련은 테마 중심 구성 연습입니다. 단순한 캐릭터 하나만이 아니라 ‘상황을 설정하고 배경까지 포함한 그림’을 완성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예: “우울한 오후에 공원 벤치에 앉은 캐릭터”, “생일 파티에서 선물을 열어보는 순간”처럼 구도와 감정이 함께 담긴 주제를 선정해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야기성과 감정 표현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채색 방식 실험 루틴입니다. 단순한 평면 채색에서 벗어나 명암, 광원, 반사광, 입체감을 살린 채색을 연습하세요. 동일한 선화에 서로 다른 채색 방식(예: 셀 채색 vs 블렌딩 채색)을 적용해보며 색감의 차이를 체감하는 것도 매우 유익합니다. 레이어 블렌딩 모드를 이해하고, 채도와 명도를 조절하는 감각을 훈련하면 표현력의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세 번째는 타 작가 화풍 모작 + 변형 연습입니다.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자신이 따라한 화풍에 ‘자기 스타일’을 덧붙이는 실험을 해보세요. 예를 들어 같은 콘셉트의 인물을 세 명의 작가 스타일로 변형해서 그리는 연습은 화풍 해석력과 응용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고효율 훈련입니다.
네 번째는 크로키 심화 루틴입니다. 단순한 30초1분 크로키에서 벗어나, 3분5분짜리 감정 크로키나 동작 크로키, 움직임 연속 포즈 크로키 등으로 확장해보세요.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춤 영상의 캡처 프레임을 그림으로 옮기면서 ‘움직임을 잡는 감각’을 훈련하면 구도의 다채로움도 함께 늘어납니다.
다섯 번째는 스토리보드 구성 연습입니다. 한 장의 일러스트가 아니라, 4컷 또는 6컷짜리 이야기 흐름을 그림으로 구성해보세요.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 콘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을 해보면, 시선의 흐름과 컷 분할 능력, 장면 연결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중급자는 단순한 실력 상승을 넘어, ‘나만의 감각을 확립하는 단계’입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에 대한 내적 방향성을 정리하고, 그 방향에 맞는 훈련 루틴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력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만들어지고, 정체성은 선택과 집중 속에서 형성됩니다.
고급자 – 스타일 정립과 창작 지속성 확보 루틴
고급자 단계에서는 표현 능력과 구성력은 기본, 그 위에 ‘정체성’과 ‘지속 가능한 창작 에너지’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얼마나 완성도 있게 그리고 있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있는가, 지속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가가 실력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됩니다.
첫 번째는 장르별 전문화 연습입니다.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배경 콘셉트, 북커버, 웹툰, 굿즈 등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에 맞는 ‘전문 포맷’을 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용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일러스트 작가가 되고 싶다면, 전신 일러스트, 스킬 컷씬, 보스 콘셉트 등의 구성으로 시리즈 작업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작업 속도와 완성도 조율 연습입니다. 시간 안에 완성하는 ‘타임 챌린지’ 훈련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 1시간 만에 콘셉트 스케치 완성하기, 3일 안에 전체 채색된 컷 완성하기 등의 시간 제한 내 작업 루틴은 속도감과 효율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고급자 훈련입니다.
세 번째는 포트폴리오 구성 루틴입니다. 고급자가 되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넘어서, 어떤 흐름으로 작품을 보여줄 것인지, 내 실력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정리할 것인지가 중요해집니다. 테마별, 프로젝트별, 스토리 기반 구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를 블로그, 브런치, 노션, 스마트스토어 등 외부 플랫폼과 연동하는 루틴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는 피드백 순환 루틴 정착입니다. 혼자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타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발전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SNS, 클래스, 포트폴리오 리뷰, 온라인 작가 그룹 등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실력의 깊이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다섯 번째는 창작 심리와 체력 관리 루틴입니다. 장기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꾸준히 창작할 수 있는 내적 동기와 체력, 감정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 루틴에 산책, 스트레칭, 전시회 관람, 다른 예술 감상 등을 병행하면서 창작 에너지를 보충하는 생활 패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루틴이 바로 ‘지치지 않고 그릴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줍니다.
고급자 훈련은 실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스타일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제와 선택’의 결과물이며, 지속성은 노력보다 루틴이 만드는 결과입니다.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